세상엔 천재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스티브 잡스, 피카소, 아인슈타인, BTS...
그들을 보면 우리는 종종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원래 그런 재능이 없어서 안 돼.”
그렇다면 정말 창의성은 선천적인 능력일까? 아니면 후천적으로 키울 수 있는 기술일까?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우리의 자기 이해, 교육 방식, 사회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오늘은 이 오래된 질문에 대해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두 가지 관점에서 창의성의 정체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한다.
창의성은 유전자 속에 숨어 있을까?
먼저 살펴볼 것은 타고난 창의성이다. 과연 어떤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더 창의적일까?
심리학과 뇌과학 연구는 이 질문에 꽤 흥미로운 답을 제시한다.
그 중 하나는 성격 5요인 중 하나인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이라는 특성이다.
이 특성은 새로운 아이디어, 낯선 자극, 복잡한 감정이나 철학적 사유에 대해 열려 있는 성향을 의미하며, 여러 연구에서 창의성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밝혀졌다.
그리고 이 ‘개방성’은 상당 부분 유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창의성 역시 유전적 기반이 어느 정도 있다는 가설이 가능해진다.
또한 뇌의 특정 회로들, 특히 Default Mode Network(DMN)와 Executive Control Network(ECN)의 상호작용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DMN은 마음이 방황할 때 활성화되며 창의적 발상을 촉진하고, ECN은 이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형태로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흥미롭게도 이 두 네트워크가 동시에 활성화되는 능력은 일부 사람들에게 더 두드러지며, 유전적 차이와 관련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유전자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씨앗’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씨앗을 갖고 있더라도, 그것을 꽃피우기 위한 토양과 햇빛, 물이 없다면 창의성이라는 열매는 맺기 어렵다.
창의성은 자라는 것이다: 환경과 경험의 힘
이제 시선을 환경으로 옮겨보자. 창의성은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린 시절의 경험이다. 창의성은 자유롭게 놀고, 시도하고, 실패해보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어린아이는 장난감을 꼭 정해진 방식으로만 가지고 놀지 않는다. 자동차 장난감으로 요리를 하기도 하고, 책을 탑처럼 쌓기도 한다.
이처럼 정답이 없는 놀이는 창의성의 시작점이며, 부모나 교사가 아이의 자율성을 얼마나 허용하느냐는 이후의 창의적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실패에 대한 관용, 다양한 자극과 문화 경험, 협업과 피드백을 통한 사고 확장도 창의성의 자양분이 된다.
예를 들어, 여러 나라의 문화를 경험한 사람들이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낸다는 연구가 있다. 이는 서로 다른 사고방식을 통합하고,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사고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창의성은 반드시 ‘타고난 예술 감각’이나 ‘비범한 아이디어’만으로 발휘되지 않는다.
훈련과 반복, 문제해결적 사고, 의도적 사고 전환 훈련 등을 통해 누구나 키워나갈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예술가들은 매일 수백 번 드로잉을 하고, 작가들은 영감이 없어도 매일 글을 쓴다. 창의성이란 결국 연습된 직관이자 훈련된 관찰력이기도 하다.
유전과 환경의 공존: 창의성은 상호작용의 결과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창의성은 단순히 ‘타고났다’거나 ‘노력하면 된다’는 이분법적 사고로는 설명할 수 없다.
오히려 두 요소는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그 상호작용 속에서 창의성이 피어난다.
예를 들어, 유전적으로 창의적 사고에 유리한 뇌 구조를 갖고 태어난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하지만 만약 그 사람이 끊임없는 통제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자란다면, 그 잠재력은 발휘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선천적 재능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자율적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환경,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격려하는 분위기, 꾸준한 훈련이 함께 한다면, 충분히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키울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교육이나 조직문화에도 큰 함의를 갖는다.
학생들에게 단순한 지식을 주입하기보다, 실험하고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직장에서 정형화된 방식보다 다양한 접근을 허용하는 유연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 —
이 모든 것이 개인의 창의성을 끌어내는 환경을 조성하는 핵심이다.
마무리하며: 나의 창의성은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이 글을 마치며 가장 던지고 싶은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은 스스로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만약 아니라고 대답했다면, 그건 정말 창의성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키워볼 기회를 가지지 못해서였을까?
창의성은 일부 특별한 사람들만의 재능이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잠재된 창의성이 있으며,
그것은 관찰하고, 실험하고,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자라난다.
그러니 기억하자.
창의성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길러지는 것이다.